의료 산업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와 비대면 건강 관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오늘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대표 사례와 기술력, 그리고 향후 과제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은 IT 인프라와 의료 기술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춘 나라로,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진단, 디지털 치료제, 생체신호 분석, 원격 모니터링 등에서 기술력을 확보한 국내 기업들은 이미 미국, 유럽, 동남아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의 진단 솔루션: 루닛과 뷰노의 글로벌 도전
루닛: 암 진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다
루닛은 2013년 설립된 이후,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여 의료 영상 분석 솔루션을 개발해왔다. 주요 제품으로는 흉부 엑스레이 분석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 CXR'과 유방암 진단 보조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 MMG'가 있다. 이들 제품은 의료진의 판독 정확도를 높이고, 조기 진단을 가능하게 하여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루닛의 기술력은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2025년 기준으로 루닛의 솔루션은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출시 6개월 만에 100개 이상의 병원에 도입되었다. 또한, 루닛은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와 협력하여 AI 기반 병리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루닛 유럽 홀딩스'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뷰노: 다양한 의료 분야에 AI를 접목하다
뷰노는 2014년 설립된 의료 AI 기업으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의료 영상 및 생체신호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골연령 판독 보조 솔루션인 '뷰노메드 본에이지', 흉부 엑스레이 분석 솔루션인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 뇌 MRI 분석 솔루션인 '뷰노메드 딥브레인' 등이 있다. 이들 제품은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하여 정확도를 높이고, 진단 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뷰노는 국내 최초로 AI 기반 의료기기 인허가를 획득하였으며, 미국 FDA 승인도 추진 중이다. 특히, '뷰노메드 딥브레인'은 뇌의 100여 개 영역을 분석하여 퇴행성 뇌질환 진단을 보조하는 솔루션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뷰노는 생체신호 분석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여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인 '뷰노메드 딥카스'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루닛과 뷰노는 각각의 전문 분야에서 AI 기술을 활용하여 의료 진단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들의 기술력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세계 의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격의료와 디지털 치료제: 라이프시맨틱스와 히포티앤씨의 혁신
라이프시맨틱스: 원격의료와 디지털 치료제의 융합
라이프시맨틱스는 원격의료 플랫폼과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여 비대면 의료 서비스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호흡 재활 처방형 디지털 치료제 '레드필 숨튼'은 개인 측정기기를 통해 활동량 및 산소포화도를 측정하고, 환자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시하여 체계적인 재활을 가능하게 한다. 이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호흡 재활 분야 디지털 치료제로써 확증 임상 계획을 승인받은 1호 제품으로, 국내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가 될 전망이다.
또한, 라이프시맨틱스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디지털 치료제 솔루션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디지털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의 진료 결과와 데이터를 원격의료 플랫폼과 동기화하여 의료진이 보다 쉽고 효과적으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히포티앤씨: 정신건강 분야의 디지털 치료제 선도
히포티앤씨는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및 우울증 치료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ADHD 진단을 위한 'AttnKare-D'와 치료를 위한 'AttnKare-T', 우울증 치료를 위한 'BlueKare-T' 등이 있다. 이들 제품은 VR 환경에서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여 객관적인 진단과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며, CES 2022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히포티앤씨는 미국 네브라스카대학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ADHD 및 우울증 치료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삼성서울병원과도 협력하여 디지털 치료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프시맨틱스와 히포티앤씨는 각각의 전문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의료 서비스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들의 기술력과 글로벌 협력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를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웨어러블과 생체신호 분석: 딥메디와 메디젠휴먼케어의 기술력
딥메디: 비접촉 생체신호 측정의 혁신
딥메디는 2017년 광주과학기술원 의생명공학과 박사들이 창업한 기업으로,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한 비접촉 생체신호 측정 기술을 개발하였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카메라에 손가락을 대면 혈압, 심박수, 호흡수, 스트레스 지수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며, 이는 사용자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딥메디의 기술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 상용화되었으며, 유니온커뮤니티와의 협력을 통해 근로자 건강 안전 관리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메디젠휴먼케어: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 관리
메디젠휴먼케어는 유전체 분석과 생체 정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질병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하여 세포의 건강 상태와 노화 정도를 예측하는 'TELO-CHECK' 검사와 의료기관 전문 유전자 검사 'M-CHECK'를 통해 정밀 의료를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생체 신호를 분석하여 맞춤형 건강 관리와 질병 예방을 가능하게 하며, 국내외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딥메디와 메디젠휴먼케어는 각각의 전문 분야에서 생체신호 분석 기술을 활용하여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와 예방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의 기술력과 혁신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글로벌 진출 전략과 과제
R&D 단계에서의 전략적 접근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의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특히, 임상 현장에서의 미충족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제품 개발 초기부터 인허가, 보험 등재, 시장 진입까지의 전 과정을 고려한 전주기 프로세스를 설계함으로써 시장 진입 장벽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현지화 전략과 파트너십 구축
글로벌 시장에서는 각국의 의료 시스템, 문화, 규제 등이 상이하므로 현지화 전략이 필수적이다. 현지 의료기관, 정부, 기업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제품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ICT 기반 의료시스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며,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페루 등 다양한 국가에서 성공적인 사례를 창출하고 있다.
규제 대응과 보험 체계 이해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은 각국의 규제와 보험 체계에 따라 시장 진입이 좌우된다. 따라서 제품 개발 초기부터 목표 시장의 규제 요건을 충족시키고, 보험 등재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제품의 임상적 유효성과 비용 효과성을 입증하여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 지원과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정부의 지원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의 글로벌 진출에 큰 도움이 된다. 한국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해외 진출을 위한 컨설팅, 네트워킹, 인허가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전략적인 진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기술력과 혁신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규제, 보험 체계, 문화적 차이 등 다양한 도전 과제가 존재하므로, 전략적인 접근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제 단순한 의료 기술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의료의 본질 자체를 재정의하는 중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한 진단이나 기록의 디지털화 수준을 넘어서, 질병의 예방부터 치료, 예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의료의 모든 흐름을 데이터 기반으로 정밀하게 연결하고 예측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 루닛과 뷰노는 의료 AI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과 임상 적용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라이프시맨틱스와 히포티앤씨는 원격의료와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서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딥메디, 메디젠휴먼케어처럼 웨어러블 기기와 유전자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들도 점차 의료 현장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산업이 지속 가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과제도 존재한다. 데이터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신뢰 확보, 각국의 의료 규제 환경에 대한 적응력, 그리고 무엇보다 사용자의 지속적인 신뢰를 얻기 위한 서비스 품질과 임상 근거의 축적이 필수적이다. 또한 정부 차원의 선제적 규제 개선과 글로벌 인증 지원, 공공-민간 협업 플랫폼 조성도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생태계를 더욱 성숙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앞으로의 의료는 병원이 아닌 일상에서 이루어지고, 의사가 아닌 알고리즘과 함께 건강을 관리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중심에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기술 혁신과 인류 건강을 연결하는 다리로서 활약하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지금은 그들이 기술로 건강을 지키고, 데이터를 통해 생명을 연장하며, 전 세계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변화의 전면에 서 있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