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는 도시를 더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미래 전략이다. 오늘은 스마트시티 확산을 가로막는 병목 요인을 인프라와 법제도라는 두 축에서 살펴보고, 그 해결 방향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
IoT, 인공지능,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도시 곳곳에 적용해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 많은 국가와 도시가 스마트시티를 미래 도시 모델로 채택하고 있지만, 실제 확산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도시 현장에서는 여전히 ‘시범 운영’이나 ‘부분 적용’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기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의 부족과 법제도의 제약이라는 구조적 병목 때문이다. 기술이 있어도 이를 적용할 기반이 없거나, 기존 법체계가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스마트시티의 핵심은 연결이다 – 기술이 아닌 ‘인프라’의 문제
스마트시티는 도시 전반을 디지털로 연결해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미래 도시 모델이다. 교통, 에너지, 안전, 환경, 의료 등 다양한 도시 기능이 IoT, 5G, AI 등의 기술로 통합되어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이 실현될 수 있는 기반이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기반이 바로 물리적 인프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여전히 스마트 인프라 구축이 더딘 상황이다. 예를 들어,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려면 도시 곳곳에 센서와 카메라가 설치되어야 하고, 이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광대역 통신망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소도시나 노후화된 지역은 이러한 설비 자체가 부족하거나, 전력 및 네트워크 안정성이 떨어져 스마트시티 구현이 어렵다. 결국,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기반 시설의 불균형이 확산의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시티는 다양한 하드웨어 시스템 간의 통합이 전제되어야 한다. 공공 교통 시스템과 CCTV, 긴급 대응 시스템, 시민의 모바일 기기 간 데이터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각 기관 및 시스템 간 연동성이 낮고 통합 플랫폼이 부족하다. 각기 다른 기술 규격, 통신 프로토콜, 운영 주체가 혼재한 상태에서 통합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처럼 스마트시티 기술은 단순히 앱이나 AI 기술을 적용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전력망, 네트워크망, 데이터센터, 교통 인프라, 심지어는 전봇대나 신호등 하나까지도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결국 스마트시티의 기술 확산은 기술의 성숙도가 아니라 인프라의 ‘적시적용 가능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이 기술을 가로막고 있다 – 규제와 제도의 이중 장애물
스마트시티 기술 확산의 또 다른 병목 요인은 법과 제도의 미비 또는 과도한 규제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법적 체계는 여전히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 도시 공간 활용, 공공 데이터 개방 등 핵심 분야에서 규제와 실무 사이의 간극이 크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차량은 스마트시티의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이다. 그러나 자율주행 기술은 도로교통법, 민법, 형법 등 다양한 법령과 충돌할 수 있으며,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규정도 명확하지 않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실제 서비스보다 ‘시범 운영’ 단계에 머무르며, 기술을 제대로 확산시키지 못하고 있다. 기술은 앞서가고 있으나 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현장에서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기술 회피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공공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에도 문제점이 존재한다. 스마트시티는 방대한 도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 등의 영향으로 데이터 수집 자체에 큰 제약이 있으며, 민감 정보는 철저히 비식별화하거나 수집을 제한받는다. 이는 기술이 의도한 만큼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데이터 결핍형 스마트시티’가 되는 원인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드론의 비행 구역 제한, 건축물 외벽 센서 설치 불가, 민간과 공공 간 협업에 대한 불투명한 계약 구조 등 제도적 장애물이 산재해 있다. 기술 확산을 위해선 단순히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기술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법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현재의 규제 중심 구조는 스마트시티 기술을 ‘허가받은 틀 안’에 가두고 있으며, 그로 인해 도시 혁신의 속도는 지속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기술보다 어려운 협업 – 민관 거버넌스의 부재
스마트시티는 단순히 기술을 도시 곳곳에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생태계 전반의 협업 구조를 혁신하는 프로젝트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협력이 중요한데, 현실에서는 민간 기업과 정부, 지방자치단체 간의 ‘디지털 거버넌스’ 미비가 심각한 병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정부와 지자체 간의 정책 조율이 원활하지 않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와 같은 거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의 주체가 되는 지자체는 예산 부족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인해 프로젝트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방향이 서로 다르거나 속도가 맞지 않으면, 계획과 실행 간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민간 기업과의 협력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 스마트시티 기술을 보유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수익성과 확장성을 고려한 사업 모델을 원하지만, 공공기관은 사회적 가치와 공정성 중심의 접근을 요구한다. 이로 인해 목표의 불일치가 발생하며, 실질적인 협업이 지연된다. 또한 지자체의 공공조달 방식이 아직도 과거식 규격 중심 입찰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민간 기술 기업이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기 어렵다.
이외에도 시민의 참여 부족도 문제이다. 스마트시티는 기술 중심 도시가 아니라 ‘사람 중심 도시’를 지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시민의 의견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이는 기술에 대한 시민의 불신으로 이어지며, 설치된 시스템조차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결국 스마트시티는 기술이 아니라 협업의 문제이며, 진정한 혁신은 기술 도입보다 ‘운영 구조의 혁신’에서 출발해야 한다. 중앙과 지방, 공공과 민간, 시민과 전문가가 모두 연결되는 유기적 거버넌스가 없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도시 속에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병목 해소를 위한 미래 전략 – 인프라와 제도의 균형적 진화
스마트시티의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프라와 제도의 균형 발전이 필수적이다. 한쪽의 발전만으로는 전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이 아무리 빠르게 발전해도 물리적 인프라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며, 반대로 인프라가 갖춰져도 법제도가 이를 묶어버리면 기술은 확산되지 못한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국가 차원의 투자 확대와 함께 지방 정부에 대한 재정적·기술적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중소도시와 노후 도시에는 센서망, 데이터 전송망, 전력망 등의 기반 시설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기술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관 협력 모델, 예를 들어 ‘공공데이터 인프라 조성 프로젝트’나 ‘도시혁신 펀드’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법과 제도 측면에서는 기술 변화에 맞는 선제적 입법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기술이 등장한 후 수년이 지나서야 규제 완화를 논의하는 방식으로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샌드박스 제도’를 넘어, 장기적으로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듈형 입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규제의 목적은 기술을 막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며 기술을 안전하게 확산시키는 데 있다.
이와 함께, 시민의 참여와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도 중요하다. 기술은 결국 사람을 위한 도구이므로, 시민이 공감하고 사용하는 스마트시티가 되어야만 진정한 확산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디지털 시민 교육, 실증 참여 프로그램, 지역 주민 대상 의견 수렴 시스템 등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요약하자면, 스마트시티 확산의 병목은 어느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인프라와 법제도, 거버넌스와 시민 수용성까지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 전략은 이들 요소를 각각 따로가 아니라 유기적 시스템 안에서 동시에 진화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균형 잡힌 혁신만이 스마트시티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진정한 도시 혁신을 가능케 하는 열쇠인 것이다.
스마트시티는 도시의 미래를 향한 필연적 진화 경로이다. 그러나 그 경로가 현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기술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 즉, 기술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지탱하고 연결할 수 있는 인프라와 제도라는 점이다.
물리적 인프라가 부족하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현장에서 적용되지 못한다. 반대로 법과 제도가 뒤처지면, 기술은 ‘규제의 틀’에 갇혀 확산되지 못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병목은 단순히 인프라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민관 협업 구조의 미비, 정책의 일관성 부족, 시민의 수용성 부족 등 복합적 요소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은 개별 요소의 보완이 아니라 전체 생태계를 조율하는 접근이어야 한다. 국가는 스마트 인프라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지방정부에 대한 기술 이전을 확대하고, 동시에 기술 발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법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민간 기업과의 협업 구조 역시 단순 계약 관계를 넘어, 공동 기획과 실행이 가능한 파트너십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 시민 또한 수혜자가 아니라 ‘참여자’로서 스마트시티의 일원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스마트시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그 확산 속도는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사회적 수용력과 제도적 정비의 속도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하는 일이다. 결국 스마트시티의 미래는 기술 그 자체보다도, 그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