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중요한 도구이지만, 매일 지속하다 보면 피로감이 누적되기 마련이다. 오늘은 그런 피로 속에서 AI 도구만으로 글쓰기를 시도한 2주간의 실험에 대해 이야기해 볼 예정이다.
꾸준히 글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는 아이디어 고갈, 문장 구성의 부담, 집중력 저하가 반복되어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진다. 이 글은 그런 고민 속에서 시작된 실험의 기록이다. ChatGPT와 Notion AI 같은 생성형 AI 도구들만 활용해 2주 동안 매일 글을 써보며, 어떤 점이 유용했고,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직접 체험해보았다. 단순히 기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AI 중심 글쓰기 루틴이 창작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관찰하고자 했다. 효율성과 창의성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하는 지금, AI는 글쓰기의 과정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이 실험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실제적 답을 찾아보는 시도였다.
실험의 계기 – 글쓰기에 대한 피로감, AI로 해결할 수 있을까?
글쓰기는 나에게 중요한 일상의 루틴이자 업무의 중심에 있는 활동이다. 그러나 매일 새로운 주제를 떠올리고, 그에 맞는 구조를 짜고, 문장을 구성해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요구한다. 특히 블로그나 뉴스레터처럼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발행해야 할 때, 아이디어 고갈과 창작 피로는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ChatGPT를 비롯한 다양한 AI 글쓰기 도구들이 시장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본격적으로 체감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참고 자료나 초안 아이디어 정도로만 활용해왔지만, ‘이 도구들만을 가지고 글 전체를 쓴다면 어떨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단순히 몇 줄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주제 선정부터 구성, 초안 작성, 퇴고까지의 전 과정을 AI에 의존해보는 실험을 기획하게 되었다.
2주간 매일 글을 쓰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AI 도구와 함께할 것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사람의 개입은 아이디어를 정제하거나 문장을 미세하게 조율하는 정도로만 제한하고, 되도록 AI의 언어적 능력과 구조화 능력을 관찰하고자 했다. 사용한 도구는 ChatGPT를 중심으로, Grammarly, Notion AI, Claude 등을 보조적으로 활용하였다.
이 실험의 목적은 단순히 AI의 기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AI 중심 글쓰기 루틴이 인간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체험적으로 분석하는 것이었다. 글쓰기에 들어가는 시간, 스트레스, 완성도, 몰입도, 그리고 창작자로서의 자율감 등 다양한 변수를 관찰하며 그 결과를 기록하고자 했다.
AI에게 글쓰기를 맡긴 첫 주 – 빠르지만 낯선 리듬
실험의 첫 주는 새로운 감각의 연속이었다. AI 도구들은 내가 원하는 주제에 대해 빠르게 문장을 생성해주었고, 초안 완성 속도는 놀라울 만큼 빨랐다. 예를 들어 “AI 툴의 장단점에 대한 블로그 글을 1000자 이상 작성해줘”라는 단순한 프롬프트만으로도, 구조와 내용이 갖춰진 글이 거의 실시간으로 출력되었다. 생산 속도만 놓고 보면, 이보다 빠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만큼 낯설기도 했다. 글을 쓰는 과정이 아니라 ‘문장을 고르는 과정’이 중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여러 가지 표현을 고민하고, 흐름을 다듬으며 몰입하던 시간이 있었는데, 이제는 AI가 만들어준 결과물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역할로 내 작업이 변한 것이다. 즉,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편집자가 된 느낌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러니한 감정도 생겼다. 빠르게 글을 완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내가 쓴 글’이라는 확신이 덜했고, 작업 자체에 대한 몰입도도 낮아졌다. 특히 감정이 개입되는 서문이나 결론에서는 AI의 문장이 다소 무색하게 느껴졌고, 인간적인 어조나 뉘앙스를 표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완성된 글이 아무리 매끄럽고 정보가 정확하더라도, 개인적 만족감은 예상보다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의 장점은 명확했다. 글의 기본 뼈대를 빠르게 짜주고, 논리적인 구성을 손쉽게 제안해주는 능력은 매우 유용했다. 특히 정보 중심의 글이나 비교형 포스트, ‘~하는 방법’ 글 유형에서는 높은 품질의 결과물이 나왔고, 실용적인 목적의 글쓰기에는 확실한 효율성을 보였다. 글을 쓰는 데 따르던 심리적 허들, 즉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라는 막막함은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에서도 AI는 분명 효과적인 동반자였다.
두 번째 주 – 인간다움을 되찾기 위한 ‘협업’ 실험
둘째 주부터는 완전한 AI 위주의 글쓰기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첫 주에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AI와의 ‘협업’에 초점을 둔 루틴을 실험해보았다. 주제를 정할 때는 AI의 제안을 참고하되, 최종 선택은 내가 직접 하고, 글 구성도 AI의 초안을 참고하면서 인간적인 어조나 감정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렇게 작업 방식을 바꾸자, 전체적인 리듬이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예를 들어 ChatGPT가 제시한 초안 중 마음에 드는 표현을 골라 나만의 문장으로 바꾸거나, 특정 문단에 실제 경험이나 감정을 덧붙이니 글의 깊이가 생겼다.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나만의 관점을 담은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몰입감’이었다. 완전히 AI가 주도하는 글쓰기는 효율적이지만, 몰입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러나 AI와 함께 초안을 짜고, 사람이 감정을 입히는 구조에서는 다시금 글쓰기가 창의적인 활동처럼 느껴졌다. AI는 초안을 빠르게 던져주는 도우미, 사람은 그 초안을 살리는 연출자로서 역할을 나누는 것이 효과적인 방식임을 깨달았다.
또한 이런 협업 방식은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면서도, 창작자로서의 자존감은 유지하게 해주었다.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기꺼이 AI에게 넘기고, ‘내가 꼭 해야 하는 부분’에 집중하는 방식은 오히려 더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과정은 단순한 도구 사용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재정의하는 경험이었다.
실험 결과와 통찰 – 글쓰기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
2주간의 실험은 단순히 AI가 글을 쓸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AI와 함께 글을 쓸 수 있느냐를 묻는 과정이었다. 기술적으로만 보면 AI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정리된 문장을 만들어냈고, 많은 경우 사람보다 더 균형 잡힌 구조를 제시했다. 그러나 글을 읽는 이의 감정을 흔들거나, 창작자의 개성을 담는 데에는 아직 미묘한 한계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발견은, AI는 ‘글을 대신 써주는 도구’가 아니라 ‘글을 쉽게 시작하게 만들어주는 동반자’라는 점이다. 완벽한 결과물을 기대하기보다는, 막막한 시작을 넘어서고, 구조화된 생각의 흐름을 갖추기 위한 디딤돌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생산적인 접근이었다.
또한 이번 실험을 통해 글쓰기란 ‘문장을 입력하는 행위’가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이 지점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이유이자, 창작이라는 행위가 인간 중심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AI 툴은 분명히 글쓰기의 벽을 낮춰주는 유용한 수단이며, 특히 초안 단계나 정보 정리에 있어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진짜 의미 있는 글은 여전히 사람의 경험과 감정, 해석이 담겨야 완성된다. 결국 글을 쓰는 것은 도구를 사용하는 일이 아니라, 도구를 통해 스스로를 더 잘 표현해나가는 일이라는 점에서, AI와의 협업은 글쓰기를 더욱 인간적으로 만들어주는 방식이 될 수 있다.
2주간의 실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AI는 글쓰기를 대신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글쓰기를 시작하게 만들어주는 존재라는 점이다. 특히 글의 흐름을 구조화하거나 초안을 빠르게 정리하는 데에는 AI의 도움이 매우 유용했다. 정보성 글이나 형식적인 콘텐츠에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막막한 시작을 넘기 위한 훌륭한 디딤돌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AI가 생성한 문장은 감정이나 문맥의 미묘한 뉘앙스를 완전히 담아내지는 못했다. 특히 내가 전하고 싶은 분위기, 목소리, 개성 같은 요소들은 여전히 사람이 직접 다듬고 구성해야만 완성도 있게 전달되었다. 이 지점에서 나는 AI는 빠른 길을 제시해주지만, 어디로 갈지는 여전히 사람이 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결국 이번 실험은 나에게 ‘도구의 역할’에 대한 관점을 바꿔주었다. 기술은 도와주는 것이지 대체하는 것이 아니며, 효율을 올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심리적 에너지와 몰입의 유지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앞으로도 AI 도구는 분명히 나의 글쓰기 루틴에서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지만, 핵심은 여전히 나의 감정, 경험, 시선이 담긴 문장을 만들어내는 데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