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를 만드는 시대에서 이제는 콘텐츠와 ‘함께 만드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오늘은 내가 실제로 30일 동안 생성형 AI와 협업해 블로그 글쓰기를 시도해본 실험과 그 결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특히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도구의 발전은 누구나 일정 수준의 글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블로거나 마케터, 작가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까지도 AI의 도움을 받아 블로그 포스트, 뉴스레터, 기획 문서 등을 작성하는 일이 점차 일상이 되고 있다.
실험 기간 동안 매일 1개의 글을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고, 주제 선정, 초안 작성, 문장 다듬기, 이미지 제안 등 전 과정에서 AI와 협력하였다. 처음엔 단순한 시간 절약을 기대했지만, 점차 AI가 나의 사고 구조와 글쓰기 습관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체험하게 되었다. 이 글은 그 과정을 기록한 실험 보고서이자, AI와 인간의 협업 가능성에 대한 작은 탐색이라 할 수 있다.
AI가 도와주는 글쓰기: 속도는 확실히 빨라진다
AI와 협업하여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속도’였다. 이전에는 블로그 글 하나를 완성하는 데 평균 3시간 가까이 걸렸고, 그 중 많은 시간이 빈 화면을 바라보며 첫 문장을 고르고, 구조를 어떻게 짤지 고민하는 데 소모되었다. 그러나 AI를 활용하면서 이 초기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간단한 키워드나 주제를 입력하고, 글의 방향을 설명해주면 GPT는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개요와 본문 초안을 제공해주었고, 이는 전체 글의 70~80%의 골격을 만들어주는 수준이었다.
초기에는 이 초안들이 다소 기계적이고 딱딱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원하는 어조와 스타일을 학습시켜 점차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글이 나왔다. 특히 반복적인 글 구조, 예컨대 ‘3가지 팁’, ‘사용 후기’, ‘경험담 요약’ 등은 거의 자동화 수준으로 신속하게 생성할 수 있었고, 이는 시간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매일 쓰는 글의 부담’을 심리적으로 완화해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AI의 초안을 보면서 오히려 더 빨리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생각은 있었지만 표현이 막막했던 문장들도 AI가 먼저 길을 열어주면, 그 위에 내 언어로 살을 붙이는 일이 훨씬 쉬워졌다. 이 과정에서 글쓰기의 피로도는 낮아지고, 몰입도는 오히려 올라갔다. AI는 글을 ‘대신 써주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인간 중심의 편집은 여전히 필요하다
AI의 초안이 아무리 정교해도, 완성된 블로그 글로 내보내기에는 항상 2% 부족했다. 문장의 구성이나 정보 전달력은 뛰어났지만, 문제는 ‘사람 냄새’였다. 블로그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감정과 공감, 그리고 글쓴이만의 언어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콘텐츠이다. AI가 쓴 문장은 때로 너무 평범했고, 너무 무난했다. 읽다 보면 일정한 패턴과 문체가 반복되며 ‘나만의 글’이라는 느낌이 약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직접 쓴 글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실수담, 의외의 깨달음, 나만의 관점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지만, AI가 쓴 글은 그런 요소가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늘 AI가 생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감정을 입히고 문장을 다듬는 편집 작업을 거쳤다. 문장 하나하나를 손보는 시간이 들긴 했지만, 그 과정은 내가 글을 ‘살리는’ 시간이었고, AI와의 협업을 ‘내 글쓰기의 연장’으로 만드는 중요한 고리였다.
또한 문맥상 AI가 놓치는 부분도 있었다. 특정 사례가 너무 일반적이라 공감이 떨어지거나, 맥락상 어색한 연결 문장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부분을 발견하고 수정하는 능력은 오히려 나의 문장 감각을 더 예민하게 만들어주었다. 결국, AI는 효율적인 도우미이지만, 진짜 ‘완성도’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손길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주제 선정과 아이디어 확장에 AI는 좋은 스파링 파트너다
30일 동안 글을 매일 쓰다 보면 가장 어려운 것은 주제가 고갈된다는 것이다. 처음 며칠은 하고 싶은 이야기, 써보고 싶었던 주제들이 줄줄이 떠오르지만, 일주일쯤 지나면 “이제 뭘 써야 하지?”라는 고민이 매일 아침마다 반복된다. 그럴 때 AI는 매우 유용한 발화점이 되어주었다. 예를 들어 “최근 읽은 책을 바탕으로 쓸 수 있는 주제는?”, “AI 도구에 관한 실험을 정리하는 글의 방향은?” 같은 질문을 던지면, GPT는 다양한 각도에서 주제를 제안해주었고, 예상치 못한 연결 고리나 시선 전환을 유도해주었다.
특히 효과적이었던 것은 주제 확장 능력이다. 하나의 키워드를 던졌을 때, 관련된 5~10개의 글감이나 문단 구성을 제시해주는 기능은 매우 생산적이었다. 내가 “AI와 글쓰기 협업”이라는 주제를 입력했을 때, GPT는 ‘감정의 부재’, ‘속도와 완성도 간의 균형’, ‘AI 문장의 일관성’, ‘기록 습관과 연결’ 등 다양한 측면을 제안해주었고, 나는 그중 내가 공감하는 방향을 선택해 글을 풀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느낀 건, AI는 ‘정답을 주는 도구’가 아니라 ‘질문을 더 잘 던지게 해주는 파트너’라는 점이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에서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나의 생각을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더 멀리 밀어주는 도구. 글쓰기를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블로그를 개인 기록으로 남기려는 사람들에게도 AI는 앞으로 매우 유용한 ‘아이디어 보조 시스템’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매일 쓰기 루틴이 가능해진 가장 큰 이유
이번 실험의 핵심은 사실 AI가 얼마나 잘 쓰느냐보다, 내가 얼마나 ‘꾸준히 쓸 수 있었느냐’였다. 그동안 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들기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심리적 피로와 진입 장벽이었다. 하루가 피곤하거나, 글이 안 풀릴 것 같으면 자연스럽게 미뤄졌고, 그렇게 몇 번 건너뛰다 보면 결국 루틴은 무너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AI와 함께한 30일은 다르게 흘러갔다. “오늘도 한 문단은 쓸 수 있겠지”라는 마음이 들었고, AI가 초안을 생성해주는 동안 나는 이전 글을 정리하거나, 아이디어를 덧붙이는 등의 부수 작업을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었다. 심리적으로 ‘혼자 쓰는 것’이 아니라, ‘도움받으면서 쓰는 것’이라는 인식이 루틴의 지속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또한 매일 작성한 글이 기록되고 축적된다는 성취감도 컸다. AI가 매일 자동으로 정리해주는 ‘글 요약’ 기능이나 이전 내용과 연결된 연관 주제 제안 기능은, 내가 단순히 30개의 독립된 글을 쓴 것이 아니라, 하나의 맥락을 가진 기록물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감각을 줬다. 이로 인해 글쓰기 루틴은 단순 반복이 아닌, 점진적 성장의 흐름으로 전환되었고, 이는 습관 정착에 있어 매우 강력한 동력이 되었다.
30일 동안 AI와 협업해 글쓰기를 실험하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AI는 나 대신 글을 써주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계속해서 글을 쓰게 만드는 존재라는 점이다. 초안 작성, 아이디어 제시, 표현 보완, 구조 잡기 등 실무적인 영역에서 AI의 도움은 분명히 유용했고, 글쓰기 속도와 심리적 피로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마지막 한 문장, 나만의 어조, 맥락을 살리는 디테일은 여전히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이번 실험은 단순히 AI의 기능을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나의 글쓰기 습관이 정돈되고, 생각이 더 자주 언어화되었으며, 글이라는 작업이 나 혼자 끙끙 앓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만들어가는 협업의 과정이라는 감각을 얻게 되었다. AI는 내 글쓰기 루틴을 시스템화해주었고, 나는 그 시스템 안에서 더 자유롭게 쓰고, 더 많이 쓸 수 있었다.
앞으로도 글쓰기를 지속할 계획이라면, AI는 결코 옵션이 아닌 ‘지속성을 위한 필수 도구’가 될 것이다. 단, 그 사용 방식은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쓰는 것’이어야 하며, 그 안에서 나만의 목소리를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결국 AI 시대의 글쓰기는, 기술과 감성, 효율과 진심이 함께 어우러지는 새로운 형태의 창작 실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