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던 개인이 홈리빙 브랜드의 대표가 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오늘은 SNS에서 시작해 홈리빙 브랜드를 론칭하고 성장시킨 사례들을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 공유가 어떻게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되는지를 단계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과거에는 제품이 먼저 존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콘텐츠가 브랜드를 만드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의 플랫폼에서 자신만의 공간, 취향, 생활 루틴을 꾸준히 기록해온 크리에이터들이 팬덤을 기반으로 자체 제품을 기획하고 출시하면서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단순한 제품 정보가 아닌, 그것이 놓인 공간의 분위기, 사용하는 사람의 태도, 삶의 리듬까지 함께 전파되면서 브랜드는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일종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는다.
감성 콘텐츠로 시작된 일상 브랜딩
SNS 기반 홈리빙 브랜드의 시작은 대부분 콘텐츠 공유에서 비롯된다. 특히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는 ‘집순이 브이로그’, ‘셀프 인테리어’, ‘아침 루틴’과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일상 속에서의 공간 연출과 감성적인 제품 사용 모습이 하나의 콘텐츠 장르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콘텐츠는 단지 ‘예쁜 공간’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시청자 혹은 팔로워에게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브랜드의 씨앗이 되는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출발점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콘텐츠 속에서 활용되는 제품들이 단순 노출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평범한 아침 식사 영상 속에 놓인 컵, 책상 위의 스탠드, 침구의 질감 하나까지도 시청자의 눈에 각인된다. 이러한 감성 콘텐츠는 팔로워에게 ‘저 아이템은 어디서 샀지?’, ‘나도 저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소비욕구를 자연스럽게 유발하며, 크리에이터 본인의 취향을 따라가는 소비문화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크리에이터의 취향은 곧 브랜드 정체성이 되고, 일상이 곧 마케팅이 되는 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결국 SNS에서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는 제품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하나의 ‘브랜드 세계관’으로 확장되면서, 제품 기획과 브랜딩의 기반이 된다. 콘텐츠는 브랜드를 팔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브랜드를 낳는 뿌리가 되는 것이다.
커뮤니티가 만든 신뢰와 브랜드 기반
SNS에서 성공한 홈리빙 브랜드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커뮤니티 기반’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팔로워 수가 많다고 해서 브랜드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꾸준한 소통을 통해 형성된 신뢰 기반 커뮤니티가 있을 때, 이들은 크리에이터의 취향에 공감하고 제품에 신뢰를 보내며 첫 구매자로, 그리고 후기 작성자와 전도자가 된다. 이러한 커뮤니티는 ‘팔로워’가 아닌 ‘팬덤’에 가까우며, 초기 브랜드가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커뮤니티는 콘텐츠를 통해 감정을 공유하며 형성된다. 크리에이터가 인테리어 실패기를 공유하거나, DIY 가구 조립 과정을 낱낱이 보여줄 때, 팬들은 ‘완성된 공간’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 감정적으로 동참하게 된다. 이는 브랜드에 대한 소속감으로 이어지고,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이 브랜드는 나와 함께 자란 것’이라는 정체성을 부여받게 된다. 그 결과 제품 출시 초기부터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고객 리뷰와 피드백 역시 적극적으로 생성된다.
또한 SNS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전통적인 브랜드 마케팅과 달리 빠르고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제품 아이디어에 대한 사전 투표, 디자인 컬러 선호도 조사, 배송 박스 문구까지 팬과 함께 결정하는 과정은, 단순 소비가 아닌 ‘참여’라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제품 자체의 매력뿐 아니라, 소비 경험 자체를 브랜드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렇게 형성된 커뮤니티는 고객이자 마케터이며, 브랜드 세계관의 공동 구축자로 기능하게 된다.
제품 기획의 출발점은 나의 취향
SNS 기반 홈리빙 브랜드의 또 다른 특징은, 제품 기획의 출발점이 시장 조사나 트렌드 분석이 아니라 ‘크리에이터 본인의 취향’이라는 점이다. 이는 자칫하면 주관적인 선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진정성과 독창성을 확보하는 데 큰 강점이 된다. 실제로 많은 홈리빙 브랜드들이 대량 생산된 공산품이 아닌, 한 사람의 생활 경험에서 비롯된 소형 아이템—예를 들어 티코스터, 냅킨, 패브릭 포스터 등—을 중심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점차 확장해나가는 구조를 갖는다.
이러한 제품들은 일상 콘텐츠에서 이미 등장해왔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는 낯설지 않다. 오히려 “늘 보던 그 제품이 드디어 상품으로 출시됐다”는 반가움과 기대감이 반응을 유도한다. 예를 들어 한 인플루언서가 자주 사용하는 스툴이나 트레이를 직접 디자인해 출시한 사례는, 제품의 디자인뿐 아니라 쓰임새까지 이미 시청자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기에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는 사전 마케팅 비용 없이도 강한 구매 전환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이다.
더불어 이러한 방식은 크리에이터 본인의 진정성을 강화한다. “팔기 위해 만든 제품이 아니다. 내가 써보니 좋았고, 그래서 함께 나누고 싶다”는 메시지는 단순 광고가 아닌 ‘취향의 공유’로 해석되며, 이는 고객에게 신뢰와 만족도를 동시에 제공한다. 결국 제품은 콘텐츠의 연장선이며, 소비자는 그 콘텐츠 안에 이미 감정적으로 참여한 상태에서 제품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브랜드 확장 전략: 콘텐츠-제품-라이프스타일의 순환 구조
SNS 기반 홈리빙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서, 브랜드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콘텐츠와 제품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순환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콘텐츠 속에서 제품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제품이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내며, 그 콘텐츠가 다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침 루틴 콘텐츠 속에서 출시한 텀블러를 사용하는 장면이 반복 노출되면, 그 제품은 단순 소비재를 넘어 ‘느긋한 아침’이라는 감성의 상징이 된다. 이후 해당 브랜드는 같은 정서를 반영한 주방 타월, 테이블 매트, 향초 등을 기획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 고객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동시에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이 된다.
또한 브랜드 확장의 과정에서 ‘나만의 공간’에서 ‘당신의 공간으로’ 메시지를 확장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초기에는 크리에이터의 취향을 따르는 팬층이 중심이지만, 브랜드가 확장되면서는 일반 소비자에게도 설득력 있는 감성과 실용성을 제공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톤앤매너’를 유지하면서도, 사용자 후기, 리폼 콘텐츠, 공간 스타일링 제안 등으로 소비자의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는 브랜드가 정체되지 않고, 사용자의 삶과 함께 유기적으로 진화할 수 있게 만든다.
이처럼 콘텐츠, 제품, 라이프스타일이 하나의 순환 구조로 연결될 때, 브랜드는 하나의 ‘경험 세계’로 작동하게 되며, SNS 기반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넘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SNS 기반 홈리빙 브랜드의 성공은 단순히 ‘팔로워가 많은 사람의 제품이 잘 팔린다’는 공식을 넘어선다. 그것은 ‘콘텐츠에서 시작된 취향’이, ‘커뮤니티를 통한 신뢰’를 만나, ‘제품으로 구체화되고’, 다시 ‘라이프스타일 제안’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 콘텐츠는 곧 감성의 플랫폼이고, 감성은 브랜드의 뼈대가 된다.
이러한 흐름은 대기업의 대량생산 구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오히려 소규모 브랜드들이 더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 한 사람의 취향, 공간, 습관이 브랜드의 출발점이 되고, 그 진정성이 고객과 연결될 때, 우리는 ‘브랜드’라는 개념이 단순히 상업적 기획이 아닌,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이 시대의 브랜드란, 가장 사적인 콘텐츠에서 시작되어 가장 공적인 시장에서 살아남는 존재이다. 그리고 SNS는 그 과정을 가장 자연스럽고, 강력하게 연결해주는 매개체로 작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