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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블로킹’ vs ‘To-Do 리스트’ – 어떤 게 더 효율적이었나?

by 뉴저지오맘 2025. 5. 6.

생산성에 대한 책이나 유튜브, 블로그를 조금만 찾아보면 ‘시간 블로킹’과 ‘To-Do 리스트’는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적인 도구이다.
계획을 세우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두 방법을 각각 실험해보니 일의 질, 집중력, 그리고 감정적인 여유까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다.
이 글은 그 두 가지 방법을 약 2주씩 번갈아가며 적용한 실험 후기를 정리한 것이다.

‘시간 블로킹’ vs ‘To-Do 리스트’ – 어떤 게 더 효율적이었나?
‘시간 블로킹’ vs ‘To-Do 리스트’ – 어떤 게 더 효율적이었나?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하루의 리듬이 고정되지 않은 나에게 어떤 방식이 더 잘 맞을지 고민이 많았다. 육아와 재택근무를 병행하다 보면 일정이 흐트러지기 쉽고,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 방식의 차이는 무엇이고, 각각 어떤 장점과 한계가 있을까? 지금부터 그 실험 결과를 시간대별 흐름과 감정 중심으로 솔직하게 풀어보려 한다.

To-Do 리스트: 성취감이 있지만, 시간은 흘러가기 쉽다

To-Do 리스트는 가장 익숙한 생산성 도구이다. 해야 할 일을 적고, 하나씩 체크해가며 지워나가는 방식은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나는 매일 아침이나 전날 밤, 해야 할 일을 5~7개 정도 정리해두고 하루 동안 그것을 해내는 방식을 반복해왔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심리적인 부담이 적다는 점이다. 일정 시간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유연하게 일을 배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갑자기 낮잠을 오래 잔다면 긴 업무를 먼저 처리하고, 오후에 피곤해질 때는 간단한 업무만 처리하는 식의 조정이 가능하다.
또한 완료할 때마다 리스트에서 줄을 긋는 행위 자체가 작지만 강한 성취감을 준다. 리스트가 하나둘 지워질 때의 만족감은 꽤 중독성 있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하다. 하루를 돌아보면 ‘언제 무엇을 했는지’보다 ‘그냥 일한 것 같은데 시간이 다 갔다’는 느낌이 남는다. 구체적인 시간 블록 없이 움직이다 보니, 중요한 일보다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하거나, 낮은 에너지 시간에 고집중 업무를 배치하는 오류가 자주 발생했다.
그리고 ‘일의 시작’을 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리스트는 순서 없이 나열되기 때문에, 아침마다 “무엇부터 하지?”를 고민하다 시간을 보내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는 결국 작업을 미루게 만들고, 집중력이 분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To-Do 리스트는 유연한 하루에는 잘 맞지만, 루틴이 흔들릴 경우 오히려 방향을 잃기 쉬운 구조이다.
많은 일을 해낸 날에는 만족도가 높지만, 중요한 일을 놓친 날에는 리스트가 오히려 자기비판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단순하지만 전략적이지 않은 구조가 때로는 하루를 흐릿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시간 블로킹: 구조는 빡빡하지만, 집중력은 높아진다

시간 블로킹은 하루를 시간 단위로 구획 짓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9시~10시는 회의, 10시~11시는 이메일 정리, 11시~12시는 콘텐츠 작성처럼 일정별로 명확하게 시간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나는 이 구조를 구글 캘린더에 적용해 직접 실험해보았다. 하루 전날, 다음 날의 주요 업무를 시간별로 배치하고, 실제로 그 시간에 맞춰 일정을 소화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빡빡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가 자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많은 프리랜서 육아 환경에서는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놀랍게도 집중력이 높아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이 시간에 해야 할 일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고민할 필요 없이 캘린더만 보면 된다.
작업 시작 시점에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할까?”라는 의사결정 피로가 사라지자, 자연스럽게 집중 시간이 길어졌다.
또한 업무에 시간을 할당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작업 마감’에 대한 감각도 생겼다.
예를 들어 10시부터 11시까지 콘텐츠를 써야 한다면, 그 안에서 마무리하려는 집중력이 작동했고,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었다.
물론 하루가 예정보다 틀어지는 일은 여전히 발생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틀어졌을 때에도 복구가 쉽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오전 일정이 밀려도, 오후 일정표를 다시 재배열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다시 구조를 세울 수 있다.
시간이라는 고정 틀이 있는 덕분에 조정이 쉬워졌고, 전체 업무 흐름이 뒤죽박죽 되는 경우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시간 블로킹의 핵심은 ‘시간 안에 일을 넣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에너지를 배분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일의 중요도와 나의 컨디션을 조율하면서 시간을 구조화하면, 일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설계’하게 된다.
이것이 To-Do 리스트와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감정과 멘탈에서 오는 차이: '무엇을 했나' vs '어떻게 했나'

두 방식을 사용하면서 가장 뚜렷하게 달라진 것은 ‘하루가 끝났을 때의 감정’이었다.
To-Do 리스트는 그날 완료한 항목이 많을수록 만족도가 올라갔고, 못 끝낸 일이 많으면 ‘실패한 하루’라는 느낌이 강했다. 체크박스를 기준으로 하루를 평가하게 되는 셈이다.
반면 시간 블로킹은 업무의 ‘양’보다 ‘흐름’과 ‘집중도’를 중심으로 하루를 정리할 수 있었다. 하루의 일정이 완벽히 소화되지 않아도,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한 느낌이 남았다.
이 감정적 차이는 멘탈 관리에도 영향을 주었다. To-Do 리스트를 기반으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왜 이것밖에 못했지?", "왜 이건 미뤘지?"라는 자기비판적 사고가 발생하기 쉬웠다. 반면 시간 블로킹은 흐름이 흐트러졌더라도 일정이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갈 ‘자리’가 존재했다.
이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멘탈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일과 일 아닌 것의 경계’가 모호해질 때, 시간 블로킹은 ‘일을 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구분하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예를 들어 16시~17시는 ‘리서치와 유튜브 시청’이라고 캘린더에 넣어두면, 그것이 ‘의도적인 시간 사용’이 되기 때문에 죄책감 없이 집중할 수 있었다.
To-Do 리스트는 이 점에서 모호하다. 아무 항목이 없는 시간은 ‘일을 안 한 시간’처럼 느껴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처럼 두 방식은 단순한 ‘계획 도구’가 아니라, 감정의 방향성까지 다르게 만든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결론적으로 나에게 더 잘 맞는 방식은 ‘시간 블로킹’이었다.
하지만 To-Do 리스트가 완전히 쓸모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지금도 매주 일요일마다 한 주의 To-Do를 작성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매일 시간 블로킹을 설정하고 있다.
즉, To-Do는 방향이고, 시간 블로킹은 흐름이다. 두 가지를 결합했을 때 비로소 하루가 ‘예측 가능하고, 회복 가능한’ 구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일의 우선순위와 일정이 따로 놀았다. 하지만 지금은 중요한 일을 고에너지 시간에 배치하고, 반복적인 일은 피로도가 낮은 시간대에 자동화하듯 처리하고 있다.
그 결과 일의 질은 물론, 하루의 리듬과 감정적 안정감도 크게 달라졌다.
프리랜서로서의 전문성과, 부모로서의 여유, 그리고 나 자신으로서의 회복 시간까지 고려한 루틴이 가능해졌다.
또한 중요한 사실은,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핵심은 ‘나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무조건 시간을 쪼개서 구획 짓는다고 효율적인 것이 아니고, 리스트를 적는다고 해서 모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 안에서 내가 언제 집중이 잘 되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방식이 멘탈을 지켜주는지를 아는 것이 먼저이다.
나에게는 시간 블로킹이 그 답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반대일 수 있다.
그러니 추천받은 방식이 안 맞는다고 좌절하지 말고, 나에게 맞는 리듬을 찾아보는 실험 자체가 가장 중요한 루틴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