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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등원 후 3시간, 프리랜서가 집중하는 법

by 뉴저지오맘 2025. 5. 7.

오늘은 아이 등원 후 집에 돌아와서부터 시작되는 3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이고 집중력 높은 루틴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실험적 경험을 바탕으로 나누고자 한다.

아이 등원 후 3시간, 프리랜서가 집중하는 법
아이 등원 후 3시간, 프리랜서가 집중하는 법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고 돌아오면, 집은 잠시 조용해진다.
그 순간이 바로 프리랜서에게 주어진 유일한 ‘몰입 시간’이다.
보통 3시간 남짓한 이 시간은 짧지만, 하루 업무의 70%를 몰아 넣을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시간대이다. 이른바 프리랜서 부모의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간대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효율은 천차만별이 된다.
막상 집에 돌아와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SNS를 훑다 보면 어느새 11시가 넘고, 아이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허겁지겁 일만 하다 하루가 끝나버리기 일쑤이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전략적으로 ‘몰입 구간’으로 만들기 위한 루틴을 정비했다. 단순히 ‘열심히 한다’는 의지로는 부족했고, 공간, 시간, 감정, 업무 순서까지 구체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앉을 공간’부터 정한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돌아오는 길은 한 템포 느려지기 쉽다.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마트에 들르기도 하고, 간혹 커피를 사서 천천히 집으로 들어온다. 문제는 이렇게 여유롭게 들어온 후,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데 있다.
그래서 내가 첫 번째로 만든 습관은 ‘도착하면 바로 책상에 앉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구조란 단순히 책상에 앉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앉을 때 불편함이 없도록 전날 밤 책상 위를 정리해두고, 노트북 전원도 꽂아놓는다. 물 한 컵도 옆에 준비해두고, 업무 시작과 동시에 ‘앉을 수밖에 없는 상태’를 만든다. 이렇게 하면 다음 날 아침에도 자연스럽게 책상 앞으로 가게 된다.
프리랜서에게 책상은 사무실의 입구와 같다. 출근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이 습관을 들이고 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심리적 저항이 줄었다.
예전에는 아이를 보내고 난 후 ‘이제 좀 쉬자’는 생각에 침대나 소파에 앉게 되면, 바로 눕고 싶은 충동이 생기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돌아오자마자 곧장 책상에 앉아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보면서 오늘 해야 할 일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부터 시작한다.
중요한 점은 ‘큰일을 바로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첫 10분은 무조건 ‘앉는 데 익숙해지기’에만 집중한다.
그 시간이 지나면 뇌도 자연스럽게 “이제 일할 시간이다”라는 신호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렇게 물리적 공간과 루틴을 먼저 세팅하면 집중력 있는 하루의 구조가 시작된다.
프리랜서의 출근은 누가 시켜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앉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첫 30분은 워밍업 업무로 뇌에 시동을 건다

등원 후 확보된 3시간 중 첫 30분은 가장 중요하다.
이 시간에 뭘 하느냐에 따라 남은 2시간 30분의 효율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워밍업 타임’으로 정해두었다.
이때는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지 않지만, 몸과 머리가 천천히 깨어날 수 있는 업무를 배치한다.
예를 들어, 메일 확인, 오늘의 업무 정리, 간단한 자료 다운로드, 캘린더 정리, 이전 피드백 확인 등이다.
이런 일들은 사고력보다 정리력과 반복성이 필요한 업무로, 아침의 느린 뇌에도 무리가 없다. 게다가 이런 작업을 하다 보면 뇌가 업무 모드로 자연스럽게 진입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 워밍업 시간에 휴대폰을 보지 않는 것이다. 알람이나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집중은 다시 외부로 흐트러지기 쉽다.
그래서 나는 브라우저에 탭을 세 개만 열어두고, 순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도록 루틴을 고정해두었다.
첫 탭은 Gmail, 두 번째는 Notion, 세 번째는 클라이언트 폴더이다. 이 세 개만 열어도 워밍업 업무는 충분하다.
이 시간을 활용하면 단순히 일이 조금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중할 수 있는 환경으로 뇌를 전환시키는 구조적 장치가 된다.
운동 전 스트레칭을 하듯, 프리랜서도 본격적인 창작 업무 전에 몸과 마음을 푸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 없이 바로 깊은 작업에 들어가면 오히려 생산성도 떨어지고 쉽게 지치게 된다.
따라서 첫 30분은 ‘속도를 내는 시간’이 아니라 ‘시동을 거는 시간’이어야 한다.
이 구조를 습관화한 이후로 나는 오전 루틴의 몰입도가 훨씬 높아졌고, 작업 피로도도 줄어들었다.

몰입은 90분 단위, 타이머로 자르며 일한다

워밍업을 마치면 곧장 몰입 구간에 들어간다. 나는 하루 중 이 시간을 가장 중요한 작업을 위한 시간으로 정해두었다.
아이 등원 후의 고요한 9시 30분~11시는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콘텐츠 기획, 클라이언트 제안서 작성, 디자인 초안, 원고 쓰기 같은 고집중 작업에 가장 적합하다.

하지만 집중에도 ‘한계 시간’이라는 것이 있다. 나는 직접 실험을 통해 90분이라는 구간이 가장 적당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90분 동안 하나의 작업에 몰입하고, 이후 10~15분은 짧은 회복을 한다. 그 회복 시간에는 간단한 스트레칭, 음악 듣기, 블루라이트 꺼놓기, 햇볕 쬐기 등을 한다. 이 패턴을 반복하면 전체 3시간 동안도 몰입력이 유지된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타이머이다. 집중 시간과 회복 시간을 명확히 구분해주는 시각적 장치가 있어야 뇌도 ‘지금은 일하는 시간’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
나는 토마토 타이머나 Forest 앱 같은 도구를 쓰기도 하고, 그냥 휴대폰 기본 타이머를 켜놓기도 한다. 중요한 건 의식적인 시간 사용이라는 점이다.

타이머를 설정한 상태에서 일하면, 그 시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몰입 구간’이 만들어진다. 동시에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긴장감이 생기면서 효율이 높아진다.
프리랜서는 업무에 대한 마감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은데, 이런 구조는 스스로에게 가짜 마감을 부여하는 효과도 있다.

90분이라는 단위는 길지도 짧지도 않다. 초반에는 다소 피로하다고 느껴질 있지만, 일주일 정도만 반복하면 신체가 익숙해지고, 하루에 두세 루틴을 반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구조를 통해 나는 하루 3시간 안에서도 가장 중요한 업무를 완수하는 경험을 자주 있었다.

 

마무리는 다음날 루틴을 여는 복선으로 설계한다

아이 등원 후 확보되는 3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그렇기에 마지막 15분은 ‘내일을 위한 루틴’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고정해두었다.
예전에는 시간이 다 되면 그냥 노트북을 닫고 급하게 청소하거나 점심 준비로 넘어갔지만, 그렇게 하루를 끝내면 다음날 집중 루틴으로 복귀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마무리 루틴을 명확히 고정했다. 나는 매일 오전 11시 45분~12시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작업을 한다.

오늘 한 일 요약 정리

내일 아침 워밍업용 업무 미리 기록

책상 정리 및 노트북 화면 닫기
이 세 가지를 해두면 다음날 아침 다시 책상에 앉을 때 '어제의 내가 나를 위해 복선 하나를 깔아놨다'는 기분이 든다.
이것이 심리적으로 큰 차이를 만든다.
업무는 이어지고 있다는 감각, 일관된 흐름이 유지된다는 느낌은 프리랜서에게 매우 중요하다.
특히 육아와 병행할 경우 외부 환경은 늘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 루틴 안에서만큼은 ‘예측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마무리 루틴은 짧지만, 루틴 전체를 완성시켜주는 ‘여운 같은 장치’이다.
이 시간을 통해 하루를 닫고, 다음날을 열 수 있는 단서를 미리 남겨두는 것이다.
이 작은 의식 하나가 결국 몰입의 지속력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며 확신하게 되었다.


프리랜서로, 부모로, 재택근무자라는 정체성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삶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균형 위에 놓여 있다.
그 하루 속에서 아이 등원 후의 3시간은 단순히 ‘일할 수 있는 시간’만이 아니다.
그 시간은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조용한 구간이고,
누구의 요구도 받지 않고 스스로를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드문 시간대이다.
처음 이 루틴을 만들기 전에는, 3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짧다고 느껴졌다.
등원시키고 나면 벌써 9시 반, 커피 한 잔 하고 나면 10시, 두어 가지 일만 하다 보면 아이를 데리러 나갈 시간이 되었다.
그런 시간 안에서 무언가를 완성해내고, 생산성과 성취감을 동시에 느끼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매일 스스로를 채근하거나 자책하는 날이 이어졌고, ‘나는 왜 이 짧은 시간도 못 쓰나’ 하는 무력감에 빠질 때도 많았다.
하지만 구조를 바꾸고, 루틴을 재설계하고 나서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핵심은 시간을 쪼개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것이었다.
앉는 순서, 워밍업의 방향, 몰입의 타이밍, 마무리의 복선까지.
이 모든 과정은 단순히 일을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나를 일으켜 세우는 반복적인 의식이 되었다.
그 안에서 나는 일을 해낸 사람이 아니라, 매일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 유지되는 삶의 구조를 갖게 되었다.
특히 육아와 병행하는 삶에서 이 루틴은 정서적인 안정을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하루 중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일정 속에서 이 3시간만큼은 내가 설계할 수 있다는 감각,
그 안에서 집중력을 회복하고, 내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경험은 자기 효능감을 키우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그 감각은 단지 오늘 하루만 잘 보냈다는 만족감을 넘어서, 내일도 괜찮을 거라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또한 이 루틴을 통해 삶의 밸런스 역시 눈에 띄게 안정되었다.
일과 육아를 구분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일하면서도 아이가 신경 쓰였고, 아이를 돌보면서도 일 걱정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 등원 후 3시간은 내 시간, 아이가 돌아온 후는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구조가 명확해졌고,
그로 인해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고, 아이를 볼 때는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삶’으로 변화되었다.
결국 이 루틴은 삶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라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삶의 리듬을 만들기 위한 구조이다.
프리랜서는 스스로에게 구조를 제공하지 않으면,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없다.
출근 시간도 없고, 마감 감시도 없고, 업무 회고도 없다.
그렇기에 루틴은 프리랜서가 자신에게 주는 ‘안정감’이자 ‘존재 확인’의 장치이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지금도 느긋할 수 있다.
하지만 책상 앞에 앉는 순간부터는 내 하루가 시작된다.
워밍업으로 시동을 걸고, 몰입 시간에 깊이 들어갔다가, 마무리로 다음날의 나에게 복선을 남기며 하루를 닫는다.
그 흐름 안에서 나는 나를 되찾고, 일과 감정, 가족과 직업, 쉼과 성취의 균형을 조금씩 되찾아간다.
3시간은 짧다. 하지만 매일의 3시간이 쌓이면, 그 안에 나의 직업 정체성과 자존감, 삶의 밀도가 고스란히 담긴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이 시간을 가장 나다운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같은 루틴을 다시 시작한다.
그것이 프리랜서 부모로서의 나를 지탱하는 가장 확실한 방식임을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