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켜고 회의에 들어간다. 발표 자료도 미리 열어두고, 커피도 한 모금 마셨다. 준비는 완벽하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방문 너머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진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화면 속의 동료들은 말을 멈춘다. 나는 당황스럽게 화면을 끄고 음소거를 누른다. 손은 떨리고, 머리는 이미 회의에서 멀어져 있다. 오늘은 ‘회의 중 갑자기 울음소리’라는 상황을 중심으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사전 준비, 즉각 대응, 회의 복귀, 사후 정리까지의 전략을 나누고자 한다. 이 글이 같은 처지에 있는 누군가에게 현실적인 안내서가 되었으면 한다.
회의를 하는 도중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당황한 경험은 한 번쯤 겪어본 프리랜서 부모, 혹은 재택근무를 하는 워킹맘·워킹대디에게 결코 낯설지 않다. 특히 아이가 아직 어리거나 돌봄 지원이 불안정한 환경이라면, 이같은 긴급 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런 상황을 완전히 막는 것이 아니라,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고, 그 여운을 최소화하느냐이다.
예측 가능한 혼란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긴급 상황은 갑자기 찾아오지만, 많은 경우 반복적인 패턴 속에서 예측할 수 있는 조짐이 있다. 특히 아이가 특정 시간대에 예민하다거나, 식사·낮잠·기저귀 시점과 겹치는 시간에는 울음이 터질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회의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면, 아이가 안정된 루틴에 있는 시간대로 회의를 설정하는 것이 1차적 방어선이다.
나는 주로 오전 10시~11시 사이에 회의를 요청하는 편이다. 이 시간은 아이가 아침식사를 마치고, 비교적 차분하게 노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낮잠이 끝나갈 무렵이거나 배고픔이 몰려오는 16시 이후는 가급적 피한다.
물리적인 대비도 필요하다. 회의 전에 아이에게 간식이나 좋아하는 장난감을 준비해두고, 잠깐이라도 혼자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는다. 방 문을 닫을 수 있다면 닫고, 동요를 틀어두거나 익숙한 영상을 켜주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가장 중요한 건 비상구를 만드는 것이다. 회의용 노트북에는 바로 음소거와 비디오 끄기 단축키를 설정해두고, 스마트폰 회의일 경우에는 잠시 나갔다 다시 들어올 수 있도록 링크를 다시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긴급 상황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혼란이 예상된 범위 안에 있으면, 당황하는 정도는 크게 줄어든다.
대부분의 실수와 동요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비롯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어떤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지를 인식하고 준비하는 것, 그것이 회의 중 위기를 최소화하는 첫 번째 전략이다.
상황 발생 시 10초 내에 해야 할 3단계 행동
실제 회의 중 울음소리가 들렸을 때, 당황하면 오히려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그래서 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시 취해야 할 ‘10초 긴급 대응 3단계’를 만들었다.
그 세 가지는 1) 음소거, 2) 화면 끄기, 3) 상황 메시지 전송이다.
첫째, 음소거는 무조건 최우선이다. 소리가 퍼지기 전에 빠르게 마이크를 끄는 것만으로도 회의 흐름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화상회의 툴에는 단축키가 있다. Zoom의 경우 Cmd + Shift + A, Google Meet은 Cmd + D처럼 한 손으로 누를 수 있는 조작은 필수로 익혀두는 것이 좋다.
둘째, 화면 끄기다. 아이가 갑자기 방문을 열고 들어오거나, 배경에서 소동이 생길 경우, 영상이 그대로 전달되면 회의 분위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화면을 끄는 것은 단지 ‘민망함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회의의 집중도를 유지하기 위한 배려이다.
셋째, 간단한 메시지 전송이다. 예를 들어 “죄송합니다, 아이가 잠시 울어서 음소거했습니다. 곧 돌아오겠습니다.”라는 짧은 한 줄 메시지를 회의 채팅에 남기면, 상대방은 당황하지 않고 기다려줄 준비를 하게 된다.
이 문장은 사전에 메모장에 복사해둔 상태에서 붙여넣기만 해도 된다. 특히 발표자일 경우, 상황 공유는 더욱 필수이다.
이 세 단계를 빠르게 취할 수 있다면, 회의 흐름은 중단되지 않고 이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이다’라는 신호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다.
그 한 줄 메시지 하나로 회의의 맥이 끊어지지 않고, 오히려 유연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복귀 시 당당함과 간결함이 핵심이다
긴급 상황 후 회의에 다시 복귀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내가 민폐를 끼친 건 아닐까’라는 자책감이다.
하지만 이 감정에 너무 오래 머물면 회의의 집중도와 나의 전문성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복귀할 때 항상 간결하고 당당한 톤을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예를 들어, 화면을 다시 켜며 “죄송합니다. 아이가 잠깐 울어서 조치했습니다. 이어서 설명드리겠습니다.”라고 짧고 단호하게 말하면 충분하다. 여기서 너무 장황하게 상황을 해명하거나, “죄송해요, 진짜 당황했어요…”처럼 감정을 쏟아내면 흐름이 끊긴다.
이럴 때일수록 프로페셔널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여러 차례 경험해본 바로는, 상대방은 대부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당사자인 내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면, 회의의 무게 중심이 ‘일’에서 ‘상황’으로 옮겨가게 된다.
복귀 이후에는 본래 회의 내용에 바로 집중하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 ‘일을 잘 이어가는 태도’가 그 상황을 가장 빠르게 회복하는 방법이다.
또한, 복귀 후 내가 발표자일 경우, 이전에 나누던 논의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다시 흐름을 잡는 것도 유용하다.
예: “방금 전에 말씀드린 디자인 방향의 핵심은 이 세 가지였습니다. 이어서 화면을 공유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이런 한 줄 정리는 듣는 사람의 몰입도도 다시 끌어올려주고, 나에게도 흐름을 회복하는 발판이 된다.
긴급 상황은 당황스럽지만, 그 이후의 복귀는 회의의 ‘톤’을 다시 설정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흐트러졌던 분위기를 다시 정리하고 중심을 잡을 수 있다면, 오히려 그 상황을 유연하게 넘길 줄 아는 전문가로 보일 수도 있다.
회의 후 정리 메일이나 DM은 프로의 마무리다
회의가 끝났다면, 그날 있었던 상황을 가볍게 정리해주는 메시지가 있다면 더 좋다.
특히 외부 클라이언트나 처음 만난 회의 상대일 경우에는, 상황에 대해 한 번 더 부드럽게 터치해주는 것이 신뢰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회의 후 Slack이나 이메일로 “오늘 회의 중 잠시 자리를 비워 죄송합니다. 덕분에 유연하게 회의가 이어져 감사드립니다. 오늘 내용은 정리해서 다시 공유드리겠습니다.” 같은 한두 문장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인상은 확 달라진다.
중요한 점은 이 메시지가 사과가 아니라 감사와 책임감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많이 사과하면 상대도 불편해지고, 오히려 내 자신을 과도하게 낮추는 인상이 남는다.
반면 감사를 표현하면서 그날 회의 내용을 정리하거나 행동 계획을 담으면, 대화의 주도권을 다시 내가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이 메일은 내 업무 스타일과 신뢰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후속 액션’이기도 하다.
단순한 상황 회복을 넘어, 전체 협업 관계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작은 정리 하나로 관계의 톤을 다시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회의 후의 짧은 메시지는 그날 있었던 돌발 상황의 가장 우아한 마무리라 할 수 있다.
회의 중 아이의 울음소리는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제는 많은 이들이 재택근무와 육아를 병행하는 시대이고, 예상치 못한 소리와 돌발 상황은 점점 더 일상의 일부가 되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는 완벽한 회의’가 아니라,
흐트러졌을 때 유연하고 차분하게 회복하는 회의,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적인 배려를 잃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태도이다.
이 글에서 소개한 준비–대응–복귀–정리의 네 단계는 긴급 상황이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이 시대의 회의 생존법이다.
프리랜서이든, 워킹맘·워킹대디이든, 우리 모두는 이제 여러 역할을 병행하며 일한다.
그 안에서 완벽을 강요하기보다, 유연한 시스템과 감정적 회복력을 갖춘 루틴을 갖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이다.
회의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자신감과 감정은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렵다.
그러니 ‘준비’와 ‘복귀의 태도’를 훈련해두는 것은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아이의 울음은 끝났고, 나는 다시 회의 화면에 들어선다.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다시 회의를 이어간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지금 시대의 일 잘하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