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책을 읽을 때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서, 그 안에서 내면의 나를 들여다보고, 나와 타인의 생각을 비교해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오늘은 책과 나의 가치관을 비교해보며 내 신념과 얼마나 맞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볼 예정이다.
가치관이 뚜렷이 드러나는 에세이나 철학적 주제를 다룬 책을 읽고 나면, “나는 어떻게 생각하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게 된다. 최근 내가 읽은 책 한 권이 그런 질문을 자극했고, 그와 동시에 나의 신념과 얼마나 겹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글은 그 고민의 흔적이다.
책 속 주인공의 삶과 나의 신념은 얼마나 닮았는가?
책의 주인공은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확신을 따르라”는 메시지를 중심에 두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찾는 여정을 그려내는데, 나 또한 그런 선택의 갈림길에 서 본 적이 있어 깊은 공감을 느꼈다.
하지만 달랐던 점도 분명 존재했다. 주인공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때로는 무모하리만큼 자기 결정에 몰입했다. 반면 나는 좀 더 현실적인 계산과 타협을 택해왔던 편이다. 나는 가족, 경제적 안정, 사회적 책임 같은 요소들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고, 주인공은 그것들보다는 ‘자기 실현’에 방점을 찍는 사람이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타인의 기대와 현실적인 조건들에 나 자신을 너무 맞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혹은 주인공처럼 용기 있게 모든 것을 걸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결국 나는 나대로의 방식으로 삶을 진지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서로 다른 길을 걷더라도 뿌리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주의 vs 현실주의 –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책은 전체적으로 이상주의적인 톤으로 전개되었다. 이상적인 공동체, 지속 가능한 삶, 관계의 진정성 등 현실에서 다소 이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가치들을 주제로 삼고 있었다. 나는 평소에 “현실을 무시한 이상은 공허하다”고 생각해왔지만, 이 책을 통해 그 이면을 다시 보게 되었다.
저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현실’이라는 틀도 결국 기존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낸 하나의 관념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을 읽는 순간, 나는 스스로가 너무 익숙한 틀 안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말은 때때로 핑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내가 도전하지 않는 이유, 새로운 시도를 미루는 이유, 나답게 살지 못하는 이유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물론 나는 여전히 현실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이 책을 통해 느낀 점은,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는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이라는 점이다. 나는 어쩌면 너무 현실에만 치우쳐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현실을 껴안는 삶, 그것이 진정으로 지혜로운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에 대한 시선 –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책에서는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제시되었다. “우리는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자신을 발견한다”는 말은 익숙하지만, 그 관계 속에서 얼마나 솔직하고 투명하게 나를 드러내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저자는 진정한 관계란 상대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나는 과연 나의 인간관계 속에서 얼마나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혹은 ‘좋은 사람’, ‘배려심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나를 감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하나하나 돌아보게 되었다. 특히 가장 가까운 가족, 친구들과의 관계에서조차 내가 완전히 마음을 열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내 감정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보다는 ‘분위기를 맞추고’, ‘불편함을 피하고’, ‘실망시키지 않기’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책은 말한다. “관계는 피드백이 아니라 진심이다.”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앞으로는 조금 더 나다운 관계를 맺어가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두려움보다는 신뢰로 다가가는 방식이 내가 추구하고 싶은 방향이다.
나에게 가치란 무엇인가 – 흔들림 속에서 다시 정의한 기준
책을 통해 내 가치관이 흔들리는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오히려 나는 그 중심에 무엇이 있는지를 더 분명히 알게 되었다. 나는 변화에 저항하거나 기존의 틀을 고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의 기준을 계속해서 점검하고 수정해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에게 있어 ‘가치’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나침반에 가까운 것이다. 그 나침반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경험을 통해 조금씩 수정되며, 그 과정에서 더욱 정확한 방향을 가리키게 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내 안의 기준을 다시 들여다보고, 지금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흔들리는 것’이 오히려 ‘단단해지는 길’일 수 있다는 걸 배웠다. 가치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며, 나와 함께 자라고 변화해야 할 대상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관들이 하나씩 흔들렸다. 그리고 그 흔들림은 결코 불편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몰랐던 나를 새롭게 들여다보게 만든, 소중한 기회였다. 가치관이라는 것은 단단하면서도 유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중요하게 여겨온 가치들이 책과 다를지라도, 그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야가 열릴 수 있다. 이번 독서는 그 가능성을 다시 확인시켜준 경험이었다.
내가 읽은 이 책은 단순히 ‘좋은 책’이 아니라, ‘나를 조금 바꿔놓은 책’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만나기도 하고, 더 깊은 나를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그 두 세계가 겹치는 지점에서 우리는 성장하게 된다.
여러분은 최근에 어떤 책을 읽고, 어떤 흔들림을 경험하셨는가? 책과 내 가치관의 비교는 단순한 독서 감상을 넘어, 자기 자신과의 깊은 대화가 될 수 있다. 다음에 책을 펼칠 땐, 그 안의 문장과 내 마음의 문장을 나란히 놓고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