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그 책이 단순한 정보나 지식 전달을 넘어서, 삶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실천을 유도하는 책이라면 그 영향력은 훨씬 더 크다. 오늘은 책을 읽고, 실천하고, 그것을 지속하는 과정 속에서 내가 경험한 감정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해 볼 예정이다.
나의 경우, 한 권의 책이 단지 생각을 바꿨을 뿐 아니라, 내 감정의 흐름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그저 ‘좋은 말이네’ 정도였던 문장들이, 직접 삶 속에서 실행으로 옮겨지면서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감정은 흘러가지만, 그 흐름 안에 있었던 마음의 변화는 고스란히 나에게 남아 있다.
처음엔 의심이었다 – ‘정말 효과가 있을까?’라는 경계심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던 첫 감정은 ‘의심’이었다. 저자가 주장하는 말들이 다소 이상적으로 들렸고, 반복되는 문장들이 설득력보다는 과장처럼 느껴졌다. 특히 “하루 단 10분의 실천으로 삶이 바뀐다”는 표현은 듣는 순간부터 마음속에서 반발심을 일으켰다. 그동안 살아오며 여러 ‘자기계발서’를 접했지만, 결국 한두 장 넘기고 덮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냉소적인 태도를 버릴 수 없었다.
책에서는 매우 소박하고 간단한 실천을 제안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나에게는 더 믿음이 가지 않았다. “이 정도로 뭘 바꿀 수 있다는 거지?”, “이건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효과가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사람은 복잡한 방법에 더 기대를 걸게 되는 심리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마음을 열고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글을 따라가면서도 끊임없이 비교하고 판단하고 경계하려는 태도가 강했다. 마치 방어벽을 친 채로 조심스럽게 책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전하는 어조는 무척 따뜻하고 담백했다. 저자가 자기 삶의 실패와 혼란을 숨기지 않고 풀어낸 이야기 속에서, 조금씩 나의 경계심도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을 따라 다음 감정이 스며들었다.
점차 호기심이 생겼다 – ‘이 정도는 해봐도 되지 않을까?’
책을 읽어갈수록 의심의 감정은 조금씩 옅어지고, 그 자리를 ‘호기심’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특히 저자가 본인의 실제 사례를 통해 변화의 과정을 솔직하게 기록한 부분은 나의 마음을 조금 더 열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완벽하거나 멋진 모습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하고 때로는 연약했던 순간들을 가감 없이 드러낸 서술은 신뢰를 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내가 변화의 계기로 삼았던 책에서는 “오늘 하루, 가장 많이 떠오른 감정 한 가지를 적어보라”는 제안이 있었다. 단순한 문장이었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순간 나는 그날 하루를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평소에는 바쁘게 지나쳐 버리는 기분의 흔적들이 그 문장 하나로 인해 구체적인 형태를 갖기 시작했다. ‘짜증’, ‘기대’, ‘쓸쓸함’, ‘차분함’ 같은 단어들이 내 감정의 색을 구체화시켜주었다.
“이 정도는 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은, 그 자체로 변화의 시작이었다. 책에서 제시하는 모든 실천을 다 하려고 하기보다, 하나라도 나에게 맞는 것을 골라서 해보자는 접근은 심리적인 부담을 줄여주었다. 처음부터 완벽히 따라 하기보다는, 조금씩 가볍게 적용해보려는 마음이 오히려 실천의 지속성을 높였다. 그렇게 나는 더 이상 ‘판단자’의 입장이 아니라, ‘실행자’로서 책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감정은 안쪽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편함이 찾아왔다 – 익숙하지 않은 감정과의 마주침
책의 내용을 본격적으로 실천하기 시작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이 찾아왔다. 바로 ‘불편함’이었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거부감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외면해왔던 내 감정과 마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편함이었다. 매일 감정을 기록하고, 하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 짧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안의 감정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반복적으로 ‘불안’이라는 단어를 적게 되었고, 그 불안이 어디서 오는지 분석하다 보니 그동안 미뤄왔던 고민과 마주하게 되었다. 관계에 대한 불만, 일에 대한 압박감,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 등이 정리되지 않은 채 쌓여 있었던 것이다. 책을 따라가는 과정은, 마치 먼지를 털어내듯 마음속 깊숙한 곳을 청소하는 느낌이었다.
이 시기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감정을 들여다볼수록 오히려 더 복잡해지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는 억누르는 것으로 ‘버티기’에 익숙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지나치지 않고 매일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나는 감정과 친해지는 법을 배워갔다.
‘불편함’은 고통스러운 감정이지만, 그것은 내면의 진짜 신호였다. 책이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그 감정을 외면하거나 무시한 채 살아갔을 것이다. 그 시기를 지나며, 감정은 억누르는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익숙함과 편안함이 찾아왔다 – 나와 친해지는 시간
불편함의 시기를 지나고 나니, 어느 순간부터 감정 기록이 일상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억지로 쓰거나 ‘오늘은 뭐라고 적지?’ 고민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마음의 흐름을 따라가며 기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나와 나 자신이 더 가까워지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감정을 기록하고, 나의 하루를 들여다보는 행위는 어느덧 하루의 루틴이 되었다. 하루를 시작하며 나의 기분을 한 단어로 정하고, 잠들기 전에는 오늘 마음이 가장 크게 반응한 순간을 돌아보는 시간은 나에게 큰 안정감을 주었다. 이 짧은 루틴은 내 감정의 파동을 완전히 없애주지는 않았지만, 그 진폭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감정이 들쑥날쑥해도 괜찮다는 자각이 생겼다. 이전에는 나의 약한 모습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수정해야 할 결점’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그것도 나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감정을 받아들이는 일은 곧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익숙함 속에서 생겨난 편안함은, 삶 전체의 톤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무언가를 억지로 하지 않아도 좋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관찰하고 인정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이 모든 변화는 책 속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나의 삶 깊은 곳에 뿌리내리고 있다.
책을 따라가며 실천한 시간은 단지 ‘좋은 습관을 만드는 여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감정의 결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나를 다시 발견하는 경험이었다. 의심으로 시작된 변화는 호기심과 불편함을 지나, 익숙한 편안함으로 이어졌다. 그 감정의 흐름 하나하나가 변화의 자양분이 되었고, 결국은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실천이라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며칠의 감정 기록만으로 인생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작고 단순한 실천을 지속했기에, 나는 감정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고, 삶의 리듬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변화하는 중이지만, 이제는 변화의 방향을 감정이라는 나침반으로 잡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책은 끝났지만, 실천은 계속되고 있다. 감정은 오늘도 흐르고 있으며, 나는 그 흐름 위에 내 삶을 조심스럽게 세우고 있다. 앞으로 어떤 책을 만나더라도, 나는 이제 그 책을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나를 향해 다시 쓰는 과정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답게 변화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