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기능보다 감각, 기술보다 철학을 중요시하는 브랜드이다. 오늘은 애플과의 궁합으로 유명해진 한국의 디자인 스튜디오 및 IT 액세서리 브랜드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감각이 중심이 되는 시대, 이들이 어떻게 세계의 취향을 설득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디자인과 경험을 일관된 언어로 전달하는 애플의 세계관은,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를 창조해왔다. 이런 애플이 먼저 주목한 한국 브랜드들이 있다. 이들은 제품 하나에도 자신만의 태도와 미감을 담아내며, 애플의 미니멀한 미학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디자인을 선보여 글로벌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디퍼스트 – 맥북 유저가 먼저 알아본 감성 스탠드
디퍼스트는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노트북 스탠드를 만드는 브랜드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제품을 접해본 소비자들은 하나같이 ‘애플 제품을 위한 스탠드’라는 말에 공감한다. 이 브랜드의 대표 제품인 ‘바운드 스탠드’는 맥북과의 조화를 고려해 설계되었고, 디자인 철학부터 소재 선택까지 애플의 감각에 맞춰져 있다.
제품은 극도로 미니멀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알루미늄 CNC 가공, 미세한 곡선 처리, 높이와 각도의 비례까지 세심하게 설계되어, 마치 맥북 본체의 연장선처럼 보이도록 디자인되었다. 이는 단순한 거치 기능을 넘어서, 노트북과 공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라이프스타일 오브제로 진화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디퍼스트의 제품을 실제 애플 스토어 매대 위에 올려놓아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디퍼스트가 ‘감각적 사무환경’이라는 철학을 갖고 제품을 만든다는 점이다. 업무 공간이 단지 효율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창의력과 몰입을 높이는 ‘경험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스탠드뿐 아니라 트레이, 데스크 패드, 케이블 정리 툴 등 주변 환경을 하나의 디자인 세트로 묶어내는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해외에서는 특히 일본과 대만 맥북 유저 커뮤니티에서 먼저 입소문을 탔다. 애플 감성을 사랑하는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리뷰 콘텐츠를 올리면서 ‘맥북을 위한 디자인 아이템’으로 자연스럽게 브랜드 인식이 확장되었고, 이는 곧 북미와 유럽 소규모 디자인 편집숍 입점으로 이어졌다.
디퍼스트는 거창한 마케팅 없이도, 오직 디자인 감도 하나로 애플 사용자들에게 선택받은 브랜드이다. 그들의 제품은 기능의 편리함보다는 감각의 정돈됨을 제안하고, 이는 애플이 추구하는 미니멀한 사용성 철학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감각을 설계하는 브랜드, 디퍼스트는 작지만 강한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혀가고 있다.
케이스티파이 – 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탄생한 플래그십 스토어
케이스티파이는 홍콩에서 시작된 글로벌 IT 액세서리 브랜드로, 최근 서울 도산공원 인근에 첫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매장은 뉴욕과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크로스비 스튜디오가 디자인을 맡아, 예술과 기술, 그리고 인터랙티브 리테일이 공존하는 5층 규모의 창의적인 공간으로 탄생했다. 각 층마다 독특한 테마와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부여하여 방문객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지하층에는 무한 거울 설치물이 있는 'CASETiFY Cube'가 위치해 있으며, 1층 스튜디오에서는 전 제품과 한글 컬렉션을 선보인다. 2층은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 맞춤형 여행 가방 라인을 소개하고, 3층 'CASETiFY Lab'에서는 제품 개인화와 함께 카페를 운영하여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혁신적인 매장 디자인은 애플 스토어의 세련된 미니멀리즘과 유사한 감각을 지니고 있어, 애플의 디자인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넘버링 – 미니멀리즘과 현대적 감각의 조화
넘버링은 현대적이고 클래식한 실루엣을 강조하는 한국의 주얼리 브랜드로, 미니멀한 디자인과 세련된 감각으로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각 제품에는 고유한 번호가 새겨져 있어 브랜드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 넘버링의 디자인은 건축, 기하학, 현대 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며, 이는 애플의 미니멀한 디자인 철학과도 부합한다. 이러한 디자인 철학 덕분에 애플 사용자들 사이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스튜디오 1064 – 건축적 요소를 담은 현대 주얼리
스튜디오 1064는 2015년에 설립된 한국의 주얼리 브랜드로, 건축과 조각에서 영감을 받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브랜드명은 금의 융해점인 1064.18℃에서 유래되었으며, 이는 브랜드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 철학을 반영한다. 스튜디오 1064의 제품은 현대 여성의 일상 스타일을 재정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각 컬렉션은 건축적 선과 형태를 활용하여 독특한 미학을 선보인다. 이러한 디자인 접근 방식은 애플의 세련된 디자인과도 조화를 이루며, 애플 제품과 함께 착용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포트레이트 리포트 –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대담한 디자인
포트레이트 리포트는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중성적이고 대담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한국의 주얼리 브랜드이다. 이 브랜드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이 박힌 귀걸이, 이어커프, 후프 귀걸이 등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이며, DJ이자 패션 아이콘인 페기 구와 같은 유명 인사들이 착용하여 더욱 주목받고 있다. 포트레이트 리포트의 디자인은 애플의 혁신적이고 포용적인 브랜드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며, 애플 제품과의 조화로운 스타일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디자인 스튜디오와 IT 액세서리 브랜드들은 독창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애플과의 협업을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미니멀리즘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시켜 애플의 디자인 철학과 부합하는 제품을 선보이며,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기술은 기능을 제공하지만, 브랜드는 감각을 설득한다. 애플이 보여준 바와 같이, 사람들은 이제 단순한 스펙이나 성능을 넘어 ‘어떤 철학을 가진 브랜드인가’, ‘이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나의 취향과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고민하며 소비를 결정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의 디자인 스튜디오와 액세서리 브랜드들이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번 글에서 다룬 케이스티파이, 넘버링, 스튜디오 1064, 포트레이트 리포트와 같은 브랜드들은 단지 제품을 디자인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라는 세계관 전체를 기획한 결과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특히, 미니멀하고 정제된 감성, 기하학적이면서도 따뜻한 형태, 그리고 기능과 아름다움의 균형은 모두 애플의 철학과 닮아 있다. 그렇기에 애플이 먼저 손을 내밀었고, 전 세계 소비자들이 이들 브랜드를 ‘애플과 어울리는’ 브랜드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들 브랜드가 기존의 대형 유통망이나 대기업 기반의 제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디자인과 감각 하나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한국 디자인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감도 높은 창작자와 소규모 브랜드들이 글로벌 플랫폼과 손잡고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구조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애플이 먼저 알아본다는 것은, 단순한 유명세가 아니다. 그것은 시대의 감각을 읽는 탁월한 레이더에 포착되었다는 의미이며, 브랜드의 철학과 완성도가 보편성을 획득했다는 증거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 브랜드들이 그들만의 언어와 감각을 통해 세계와 대화하길 기대한다. 기능 위에 감각을 쌓고, 감각 위에 태도를 설계하는 브랜드들. 바로 그들이 다음 세대의 애플과 함께 나아갈 디자인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